샹베르 칠보(Champlevé Enamel) 기법 반지 만들기 실패 후기

실패도 기록하기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실패는 아니고, 무엇인가 부족함으로 완성품이라고 말할 수 없는 실패담입니다.
실패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고, 제품을 개발하는 동안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시도와 방법을 찾아 실험해 보고 기록도 해 보지만, 기록에도 사진이 첨부되지 않은 메모형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무슨 내용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웹에 기록하여 저장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해서 시작해 봅니다.

개발 의도와 목표 방향

금에 영원한 칼라를 입히자!!!
이것이 1차 목표입니다.
이 목표를 세운 것은 매우 오래전이고, 이를 위해서 에폭시, 에나멜 페이트, 광경화성 레진등을 사용하여 상품까지 만들어 봤으나, 마지막으로 시도했던 광경화성 레진을 사용한 경우도 3년정도 후에는 도포된 레진이 박리되여 A/S가 들어온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옆 그림은 2009년도에 광경화성 레진을 사용하여 완제품을 만들고 판매했던 상품입니다. 이 목걸이가 3년후에 A/S가 들어오더라구요. 가운데 진청색 레진 부분이 뒤틀려 일어나는 현상때문에 한쪽이 들떠서 문제가 되더라구요.
이 광경화성 레진은 불에 매우 약하여 플라스틱처럼 약간만 열을 가해도 타버리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A/S는 비교적 쉽게 해서 처리해 주었지만, 제품 품질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생겨 품질이 좋다는 일본 TreeBond사의 레진을 구입하여 포토쥬얼리까지 사업을 확장했으나, 이것도 2년을 못넘기고 레진이 박리되는 현상을 나타내더라구요.
어쩔수 있나요?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구매자의 원성을 듣지 않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이 부분에 대한 사업 전체를 접게 되였고, 이제는 아트골드에서 중단한 사업으로 남게 되였습니다.
때론 첨단 제품을 사용하여 상품을 만든다는 것은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 후에 발견한 것이 Firing Enamel이고, 수세기 전에 만들어진 것도 변색없이 깨끗이 보관된 것을 보게 되였고, 시계업계의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이 기법을 활용하여 베이스를 만드는 것을 보고 어렵더라도 이 길이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 동안 은에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서 완제품을 만들어 보았고, 에나멜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금(Gold)에 Enamel을 올려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자료가 거의 없습니다. 금에 에나멜 작업을 시도한 자료가 거의 없어 은에 실험한 지식을 확대해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금 샘플 기초 작업

각기 다른 디자인에 다른 색의 에나멜을 융착시키기 위해 위와 같은 금으로 샘플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옆 그림처럼 나온 것이 1차 샘플 완성품입니다. 여기까지 완성하는라고 몇일이 소비되였습니다. 긴급으로 보석가공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보석을 가공할 때 사용하는 다이야몬든 파우더를 구매하여 금과 에나멜링된 부분을 같이 가공하니까 어느 정도 광택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눈으로 봤을 때는 완성품입니다.

확대하면 불량입니다.
마치 도자기 파편의 깨진 측면을 깨끗하게 가공하여 광택을 낸 것처럼 구멍이 송송 뚫려져 있네요. 에나멜은 일종의 색유리와 같은 것이데.... 이렇게 나오면 안되지요.
금(Gold)에 에나멜을 융착시키는 것은 은(Silver)에 융착시키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Silver는 99%정도의 순도를 유지하여 만들기 때문에 산화가 잘 되지 않지만, Gold는 58.5%의 14K에 작업을 하기 때문에 800℃에서 에나멜을 융착시키면 표면이 산화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좌측의 사진은 위에서 언급한 송송 뚫린 자욱을 없애기 위해서 몇 차례 더 실험이 진행되면서 닳아지고 깨져 버렸습니다.
중앙과 오른쪽 샘플은 에나멜 유약을 올리는 과정부터 문제가 발생하여 터진 부분도 있고, 에나멜이 아예 바스라져 버리는 경우도 있네요.
동(Brass)이 에나멜을 실험하고 작품을 만드는데 많이 사용되는데.... 이 재료 또한 산화가 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에나멜을 융착시켜 산화를 막는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우리는 반지에 융착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산화 자체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몇번의 실험에서 조금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금 표면과 일치시키는 작업 후에 에나멜 부분만이 녹을 수 있는 온도로 다시 마무리 가열을 하여 에나멜 표면을 유리면으로 만든 후에 산화된 금 표면을 같이 가공하는 방법이면 완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성공하면 골드의 단순함에 변치않는 색을 융착시킬 수 있는 기술이 될 것 입니다.

참고로 이 반지들은 산화된 겉면만을 마무리 한 것 입니다. 안쪽은 완성이 된 후에라야 가공할 것인데.... 겉면이 불량이라 안쪽면은 아예 가공을 하지 않은 산화된 상태입니다.

불량품을 활용한 표면 처리 실험

불량품을 활용하여 다시 실험적인 시도를 하였고, 상당 부분 해결이 되여가고 있습니다.
처움부터 제대로 진행한다면 완전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험 제품이지만 손끝으로 반지 표면을 만져보면 아주 감촉이 좋습니다.
이제 이 제품들은 샘플 한개만 남기고 폐기해야 합니다. 사실, 금은 폐기라는 말은 없지요. 다시 녹이면 되지만 작업하면서 손실된 부분이 상당하지요.
이 실험 4개를 하는데 백여만원의 준비 비용이 들어갔네요.

만약 이것이 고객의 주문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제작해야 합니다.
음식으로 따지면 Slow Food인데 요즘 고객님들은 분식점 라면 주문하듯 보챕니다.
반지는 다른 귀금속과 달리 한번 착용하면 특별한 기회가 될 때 까지는 계속 착용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이런 반지를 만드는데 일주일 더 기다리고 완벽한 제품을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아~ 저 반지는 그 비싼 다이야몬드 가루로 광택들 냈습니다.ㅎㅎㅎ 행복한 날들 되세요. 다음 실험에서는 꼭 성공할꺼예요.
2016년 4월 8일 아트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