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밤새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나 보다고 표현한 구절이 생각나는 것은 몇십개의 샘플을 실패를 통하여 얻은 결과물이 대견해서 인지도 모릅니다.
드디어 방법을 찾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단순히 칠보라는 단어 하나로 에나멜을 표현하고 있는데, 현대 기술이 발전하면서 나온 소재들도 UV칠보, 레진칠보등 칠보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이름이 붙기 시작하면서 소비자가 칠보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는데 혼돈스러운 부분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외국 명칭을 사용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클로이소네 에나멜(Cloisonne Enamel)이라고 표현해 여타의 것과 구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성공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많은 시도를 하고, 고민을 하였습니다.
고민 끝에 Youtube의 동영상을 다시 한번 더 보자!! 라는 생각을 했고,
참고가 될 만한 동영상을 섭렵하게 되였습니다.
몇몇 전문가의 동영상에서 실패 전에는 보이지 않던 힌트들이 보이더라구요.
첫번째가 토치로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법이였습니다.
우리는 보통 옅은 초산 용액에 넣어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치는데, 안료을 얹히기 전에 소재를 토치로 가열하여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법이 보이더라구요.
저것도 참고해야 하겠구나하고 메모를 하였습니다.
두번째로 안료 입자가 매우 곱다는 것 이였습니다.
0호 붓끝에 물방울처럼 메달릴 정도의 안료 입자가 작은 것을 사용하더라구요.
다행히 우리는 현미경을 통해서 관찰을 하면서 안료을 채워야 할 정도로 섬세한 제품들이라서 붓끝에 묻어나는 안료의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기 때문에 0호 붓끝의 안료 맺힘 현상을 통해서 안료의 입자가 어느 정도 가늘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관찰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바윗덩어리를 밀어넣고 있는 것과 같더라구요.
물론, 실험방법을 찾으면서 안료입자를 더 고은 입자로 만들었었지만, 관찰된 것과 비교하니 좀 더 가는 입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다시 실험 준비를 합니다.
안료를 더욱 곱게하기 위해서 사기 주발에 넣고 열심히~ 노래 3곡정도를 들을 정도로, 1호 붓을 준비하여 주발을 기울이고 안료를 찍어서 붓끝에 메달리는 안료의 형태가 물방울 정도의 형태가 나올 때까지 주변으로 안료가 뭇어나가지 않도록 천천히 돌려면서 입자를 가늘게 만들었습니다.
순수한 안료 알갱이만을 얻기 위하여 부유물을 여러번에 걸쳐 딸아내고,
작은 시료함에 옮겨 담습니다.
이제는 순은 시편에 안료를 실험합니다.
순은 시편을 토치에 달구워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시편위에 안료를 엷게 바르고, 가운데 부분은 약간 도톰하게 쌓습니다.
엷게 바르는 것은 융착된 안료 속의 기포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고, 도톰하게 쌓는 것은 안료가 융착되면서 형성되는 표면을 관찰하기 위한 것입니다.
화씨 1450도, 섭씨 787도로 정확히 화로의 온도를 맞추고 2분 타이머를 가동시킨 후에 굽기......
완벽한 시편이 나왔습니다.
가장자리 기포를 50배로 확대해도 보이지 않습니다.
도톰하게 쌓은 중앙 부위는 링형태의 조명을 그대로 반사시켜 보여줌으로써 예쁜 표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울랄라~~~

예전 시편 작업과 다른 점은
순은 시편을 불에 달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손에 묻어있는 기름기가 기포의 원인이였구나 하는 결론을 얻을 수 있지만, 우리 반지처럼 음각으로 들어간 부분은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이라서 기름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예전 순은 시편과 현재 순은 시편의 동일성을 인정하고 결론을 도출한다면 기름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이런 미세함이 불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모든 공정에서의 청결함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실제 반지에 실험하기

1차 소성 - 토치로 구워서 불순물을 태우고, 안료를 1/3 정도의 깊이 만큼 채우고, 가장자리는 산화될 것을 대비하여 약간씩 더 채웁니다. 화장지와 붓끝을 사용하여 물기를 흡수만하고 안료속의 수분을 건조시키는 별도의 공정은 생략하고 화로에 넣습니다.
현미경 관찰 결과 분화구처럼 열린 기포가 두개정도 보이지만, 융착된 내부 기포는 보이지 않습니다.

2차 소성 - 안료 입자가 굵었을 때는 융착된 표면에 안료를 덧붙이는 것은 어려웠으나, 미세한 안료로 만든 후에는 융착된 표면에도 안료도포가 잘 됩니다. 열린 기포 부분은 좀 더 세밀하게 안료를 채우고 2차 소성을 합니다.
현미경 관찰 결과 1차 소성과 별차이가 없이 아주 깨끗하게 소성되였습니다.

3차 소성 - 반지의 겉면까지 소성합니다.
좋습니다.

반지 겉면 평탄 작업
이 공정은 작업자에 따라서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다이야몬드 줄을 활용하여 넘치 부분을 반지 표면과 평탄하게 깎아 냅니다.
안 깎인 부분은 안료가 덜 채워졌다는 의미이므로 다시 안료을 채워 소성해야 합니다.

4차 소성 - 평탄 작업후 세척기로 깨끗이 세척하고 평탄작업에서 깎이지 않은 부분과 미세한 결함이 있는 부분을 세밀하게 채워서 다시 소성합니다.

반지 겉면 1차 광택작업
평탄작업을 마친 후 기포가 보이면 다시 충진하고 소성을 반복해야 합니다. 평탄 작업후에 기포가 보이지 않으면 2000mesh 이상의 사포로 반지 표면과 에나멜 부분을 동시에 가공합니다.
거의 광택 수준까지 가공합니다.
눈으로 확인하면 반짝거리지만,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2000mesh 사포로 가공한 가느다란 줄무늬들이 에나멜 표면에 스크랫치처럼 남긴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5차 광택 소성 - 2000mesh 줄 무늬를 없애고 표면을 유리면으로 만들기 위해서 3차 광택소성을 똑같은 온도 시간으로 실행합니다.
아주 좋은 유리면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지표면과 에나멜 유리면과는 약간의 이질감이 있습니다.

반지 겉면 2차 광택작업
50000mesh 다이야몬드 파우더를 바른 양모 광택 판에 에나멜이 소성된 반지 겉면을 문지릅니다. 50000mesh 다이야몬드 파우더는 보석의 마무리 광택에 쓰이는 연마제로써 에나멜의 유리면과 반지 표면을 동시에 가공하여 약간의 이질감을 없애면서 에나멜의 광택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연마제입니다.

메탈 부분 광택 작업
메탈부분 광택에 사용되는 연마제는 에나멜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다만, 귀금속 메탈 부분의 광택에만 도움이 되므로 맘놓고 사용해도 되지만, 자칫 심하게 다루면 메탈 부분을 많이 깎아내여 또 다른 부조화를 이룰 수 있으므로 조심 조심 마무리 광택을 냅니다.

후기

'너무 어려워서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걱정입니다' 라고 말씀하신 업계 사장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1년 가까이 에나멜을 틈틈이 해 왔지만, 이번에 반지에 에나멜을 올리면서 심도 깊은 공부룰 하였습니다.
위에 서술한 공정처럼 제법 많은 번거로움이 요구됩니다.
까다롭고, 까칠하고, 깐깐한 녀석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변함없이 천년을 가는 멋진 녀석임에도 틀림없습니다.
많이 해보면 일상처럼 매우 수월해 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가 두발로 걷는 것도 갓난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수많은 시도 끝에 이뤄진 값진 결과물처럼 말이죠.
다만, 머리가 굵어지다보니까 이런 것들이 어렵다고 생각이 드는 것 일까요? 이번 반지에 에나멜을 적용하기 위해서 매일 밤 실험과 웹서핑을 하였습니다.
작은 단서라도 잡기 위한 노력이였는데, 웹서핑을 통해서 느끼게 된 사실은
의외로 러시아 사람들의 작품과 영국 사람들의 작품 수준이 높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두툼한 손으로 저렇듯 섬세한 작품을 만든다는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생각도 했구요.

이렇게 나이드신 할아버지도 현역에서 에나멜리스트로 활동하시고 작품을 만드시더라구요. 특히 에나멜을 디지털화가 될 수 없는 몇 안되는 업종중에 하나라는 점도 시간을 투자해 볼 가치가 있는 분야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경험을 설명할 수 없는 직관처럼 갖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중에 하나입니다.

이 할아버지같은 분이 만드신 작품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아주 근사한 집을 갖고 있는 달팽이를 표현하셨는데, 깨알같은 금 구슬로 달팽이의 점액질을 표현하고, 화려하게 치장한 달팽이 관은 에나멜이 표현할 수 있는 극치를 말해주는 듯 합니다.

그림에 소질이 있으신 분은 남들이 다 하는 그런 그림보다는 에나멜 페인팅으로 보다 깊은 경지를 추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손재주가 좋은 민족이라서 섬세한 손끗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런 류의 방향이라면 아주 바람직 할 것 같은데.... 어느 대학에서는 현대화 학과를 만든다고 전통 기법으로 배우던 칠보에 대한 과목도 없애 버렸다고 하니 교육이 추구하는 미래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물론 현대화가 추구하는 디지탈 기술인 CAD도 배워야하고, 3D 프린팅도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다른 사람도 배우면 비슷한 흉내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따라올 수 있는 진입장벽(기술이나 노하우가 많이 필요해서 따라하기 힘든 벽)이 매우 낮아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쪽에 관심을 갖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번에 반지에 에나멜을 올리면 국내 자료가 너무 빈약하여 참고를 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많았습니다.
실패도 참고하게 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다행이 방법을 찾게되였고, 이 방법이 아트골드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 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또한, 매번 기록을 남겨 이러한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입니다.
행복한 날들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2016년 4월 17일 아트골드